나에겐 친구들이 있다.
그중 한놈의 이야기인데, 나와 중고등학교시절을 같이한 괴수이다.
지금은 연세대 자유++학과에 들어가서 그 괴수적인 면모를 여과없이 나와 내 친구들(이하 패밀리)에게 보이고 있다.
이놈은 머리가 참 좋아서 나와 말하는 표현방식자체가 차원이 다르다고 이야기를 해도 좀 만족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뭔가 말하는거나, 글쓰는 것. 상식에 관한것... 그야말로 나같은 범인이 보기에도 뭔가 다른 재능을 가진 놈이다.
굇수놈을 베프중 하나로 가지고 있는 나는 내 잉여적인 측면과 항상 비교를 하며 내면으로는 자괴감이나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이 녀석이 나의 베프라는 사실에 나는 감사하고 있고, 이놈이 내 친구임이 참 자랑스럽다.
이런 이놈이 정말 어울리지 않게 피하는 주제가 있다.
자신의 장래. 그리고, 그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행동의 근원이 되는 그 무언가.
패밀리 내에서도 이놈의 이러한 특성에 관해 깨닫고 있는 놈들은 아마 나를 비롯하여 이놈을 알고 지낸지 꽤나 시간이 경과한 놈들일거다.
특유의 말재주와 방대한 지식으로 이놈은 위에 정리한 사실에 관해 휘익 얼버무리려 하지만, 나와 패밀리 일원들은 이놈의 이런 행태에 관련해 참 많은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간군사업체(PMC)의 최고경영자가 될거야' 같은 원피스 세계에서의 '해적왕이 될거야' 와 동급이하의,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포스를 가진 발언으로 언제나 얼버무리고 있지만, 이놈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는지, 올해 초, 겨울에 마포대교위를 걸어가며 술에 취한 이놈의 나를 향한 눈물을 흘리며 하는 부탁에 나와 내 친구는 나름대로 기뻐했지만, 솔직히 슬퍼함의 감정이 더 컸다.
버본과 물을 9대 1로 섞어서 마셔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알 것이다. 술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맹물같다. 그 일말의 기쁨마저도 슬픔에 묻혀버렸던 거다.
'문영아.. 네가 진리를 찿아줘.. 네가 교수가 되면, 나와 우리 아빠에게 옳음이란 것이 무엇인지 말해줘..'
나는 참 슬펐다. 왜 이런 머리도 좋고 나와 능력자체가 차원이 다른 이놈이 이렇게 비통하게 술에 취해야만 자신의 속마음을 울부짖는지.. 이놈을 데려다 술을 깨우고 다시 물어보니, 해선 안 될말을 했단다..
이걸 한대 쥐어 박아버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놈이 아직 술도 덜깼고 비몽사몽인지라 그냥 냅뒀다.
이 굇수놈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놈이 지금 많이 괴로워했고, 지금도 괴로워 하는 것은 알겠다.
그 빌어먹을놈의 진리, 섭리때문에 말이다.
그것이 무엇이던, 칸트의 이성비판시리즈 그 자체의 행동원리를 가지고 스스로의 행위가 보편적원리에 타당하며, 스스로의 원칙에 의거하여 논리적으로 행동하는 이놈이 고뇌하는건, 아마 나와 같은 범인-열등생-에게는 이해가 어렴풋하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미디어법 표결과정에서의 절차는 위법이지만, 법은 유효하다.라는 참 재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을 보고 나는 이 괴수놈의 말을 이제서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속이 너무 깊어서 주장과 생각이 따로 논다고 할까..물론 이것도 다 이놈의 계산에 의한 거지만, 나쁘게 말하면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나와 우리 패밀리 애들은 이놈의 행동특성이나 성향, 성격은 대충 파악하고 있기에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뭐, 대충 이놈의 성향에 관해 말하자면, 나같은 범인에 로맨티스트가 가진 생각, 사필귀정의 원리에 이놈은 반대의 날을 세우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극 자유주의자이지만,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측면이 없지않아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나에게 그날 부탁한 것은, 사회에 대해 건전한 비판을 하는 힘과, 그 비판이 향해야 할 이정표를 자신에게 넘겨달라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한 나의 진로-교수-선택이었고, 그를 위해서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그 목표에 심취하여 중/고등시절의 공부도 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가장 잘 알고 있는건, 부모님도 아니고, 친구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그놈이 가장 확실할 터.
그렇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그 빌어먹을 괴수라는 놈이 나에게 자신의 꿈의 일부를 떠넘겼던 거다.
지극히 현실파였고, 뭐든지 자신의 논리에 입각하여 행동원리를 정해나갔던 그놈은 건전한 비판이 결여되어있는 사회에 관해 많이 실망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이곳저곳에 비판적으로, 비관적으로 일관하며 스스로를 상처입히며 세상에 엿을 먹이고 있었으리라.
평소 이것저것 강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스스로의 자괴감에 지쳐버린 것이겠지.
결론부터 말해, 헌재의 결과는 적어도 나와 내 굇수친구를 슬퍼하게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라는 곳이 옳지 못한 곳으로 가기 때문에가 아니다.
정당한 비판의 권리를 믿으며 결정론이 아닌 자유의지 선택을 신봉하고, 상대진리를 믿지 않고 절대진리의 존재를 믿는 나와 그놈이 가진 공통점이 그에 관한 해답이 될 듯하다.
개인의 자유에 부정적인 그놈조차도 자신이 하는 비판의 건전성을 스스로 확보하고, 이러한 행위가 진리를 향한 작은 움직임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은..
진리를 향한 발걸음을 스스로 멈췄다. 라고밖에 말하지 못하겠지.
나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것은 모두의 기대와 희망을 버린 것이고, 친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것은 사회 진화의 가능성을 버린것이겠지.
하지만,나는 지금이라도 이야기 해주고 싶다.
너는 그것을 사회 진화의 가능성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진화하는 것은 결국 사회가 아닌 개인이라고..
아마 국가주의자적 기운이 농후한 이놈에게는 함박웃음가득한 안주거리로 사라질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위의 개인의 진화라는 키워드 자체가 내가 후일 그놈의 부탁을 들어줄 하나의 키워드가 되리라...
그 놈과 내가 다른 진리를 바라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 서로의 진리를 따라가다 보면 같은 곳에 서 있게 될 것이라고 나와 그놈은 믿고있다.이것은 헌재의 현대의 소피스트적인 결론이 지금 우리의 슬픔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일지도 모른다.
아마 헌재의 이번결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진은 이게 아닐까...
스스로 솥에 들어가주셨네.
어디보자... 여기 어디 장작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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